국도 관리청 책임 소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상금 분쟁

작성일: 2026년 07월 15일

들어가며

도로에서 사고나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 도로는 누가 관리하는가”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복잡한 법적 쟁점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국도처럼 국가 소유이지만 실제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된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2684 판결(구상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건으로, 3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판례에서 인용되는 판결입니다.

국도와 관리 책임 — 국가와 지자체 사이

사건 개요

이 사건의 원고는 한국전력공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과 서귀포시입니다. 국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가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뒤, 도로의 관리 주체인 국가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구상금(이미 지급한 배상금 중 상대방이 부담해야 할 몫)을 청구했습니다. 1심(서울민사지방법원)과 2심(서울고등법원)은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의 책임 부담 비율을 정하는 방향으로 판단했고, 피고 대한민국과 서귀포시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쟁점 분석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쟁점 1. 국도의 관리청이 시장으로 바뀌면 국가는 책임을 면하는가?
도로법 제22조 제2항은 국도라도 특정 구간의 관리청을 지방자치단체장(시장)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도로 역시 서귀포시장이 관리청이었습니다. 국가는 “관리청이 시장이므로 우리는 관리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쟁점 2.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을 근거로 구상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
서귀포시는 자신이 비용부담자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이 국가와 지자체 사이의 내부 구상 비율을 정하는 규정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구상권자)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려 했습니다.

 도로법 제22조, 관리청 위임의 구조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두 쟁점 모두에서 원고(한국전력공사)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시장이 국도의 관리청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로부터 관리업무를 “위임”받아 국가행정기관의 지위에서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국가는 도로관리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관리 업무의 실행 주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최종 책임의 주체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둘째, 서귀포시가 국도의 관리상 비용부담자로서 지는 책임은 국가배상법이 정한 서귀포시 자신의 고유한 배상책임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도로의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해 서귀포시는 국가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공동책임자이며,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은 국가와 서귀포시 상호간 내부적으로 구상 범위를 정하는 규정일 뿐, 이를 근거로 구상권자인 원고에게 책임을 제한하거나 대항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대한민국과 서귀포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도 패소자(국가·서귀포시) 부담으로 확정했습니다.

부진정연대채무, 함께 지는 책임

사고 예방 대책

이 판례는 사고의 물리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도로관리상 하자”라는 표현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도로의 유지관리 상태에 문제가 있으면, 관리 주체가 국가든 지자체든 결국 배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실무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정기 점검 체계 구축: 관리청이 위임 관계에 있는 구간일수록 점검 주기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문서화해 관리 공백을 방지합니다.
  • 시야 확보 시설 확충: 야간·우천 시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는 시선유도시설과 도로표지병을 설치해 운전자가 도로 선형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합니다.
  • 발광형 안전시설 도입: 조명이 부족한 국도·지방도 구간에는 자체 발광 또는 반사형 안전시설을 우선적으로 검토합니다.
  • 관리 주체 간 협업 체계 마련: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 업무를 위임·수임하는 구간에서는 안전시설 설치·교체 기준을 공유해 하자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소송 대응보다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도로 안전시설 설치 현장

플러스앤테크 인사이트

관리 주체 간 책임 공방이 법정에서 몇 년씩 이어지는 동안에도, 도로를 실제로 이용하는 국민들은 매일 그 도로 위를 지나갑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는 “누구 책임인가”를 사후에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하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적으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시선유도시설, 도로표지병, 발광형 안전시설과 같은 설비는 관리청이 바뀌거나 위임 관계가 복잡한 구간에서도 표준화해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인프라입니다.

마무리

도로관리상 하자 소송은 결국 “누가 얼마를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그 이전에 “왜 하자가 발생했는가”를 되짚어보는 것이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이 판례가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관리 주체가 누구든, 도로의 안전은 사후 책임 분담이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4. FAQ

Q1. 국도의 관리청이 시장으로 지정되면 국가는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나요?
아닙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시장이 관리청이 되어도 이는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국가행정기관 지위에서 집행하는 것이므로, 국가는 도로관리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Q2. 지방자치단체가 비용만 부담하는 경우에도 배상책임이 있나요?
있습니다. 판례는 비용부담자로서의 책임도 국가배상법이 정한 지자체 자신의 고유한 배상책임으로 보고, 국가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서 책임을 분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Q3.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 조항은 국가와 비용부담자(지자체) 사이의 내부적 구상 범위를 정하는 규정일 뿐, 이를 근거로 피해자나 구상권자에게 책임을 제한하거나 대항할 수는 없습니다.

Q4. 이런 분쟁을 줄이려면 실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요?
관리 주체 간 점검·유지보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선유도시설·도로표지병·발광형 안전시설 등 예방적 안전 인프라를 표준화해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5. 내부링크 추천 문구

  • “도로 관리 주체의 책임 범위가 더 궁금하다면, 맨홀 침하로 인한 지자체 배상책임을 다룬 [서울고등법원 2015나2008818 판결 분석] 글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 “야간 도로 공사 구간의 안전관리 책임이 궁금하다면 [대법원 2000다41424 판결 분석] 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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